웹진 <연극in>의 잠정 휴간 사태에 대한 2024년 [리뷰] 코너 필자들의 공동성명서
- 2025년 7월 31일
- 5분 분량
서울문화재단은 유일한 공공의 연극 비평 생성 담론장인 웹진 <연극in>을 빼앗아가지 말라
2012년에 창간된 웹진 <연극in>은 2024년까지 활발하게 한국 연극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퍼뜨리는 역할을 해왔다. [리뷰] 코너에서는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은 대극장 공연부터 소규모 낭독극, 국제공연예술 축제의 해외초청 작품과 독립예술축제의 공연, 전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와 이동하며 관람하는 거리예술공연 등 창작주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을 다루어왔다. 특히 2023년부터는 [리뷰] 코너 필자 공모를 통해서 선정된 고정 필자들이 원고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리뷰를 게재해왔다. [리뷰] 코너 필자 공모는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연극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지원하여 고정적 지면을 얻을 수 있는 창구였다. 2024년에는 총 세 명의 필자가 선정되었으며, 서울연극센터는 매달 1편의 리뷰를 게재할 수 있는 지면과 필자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웹진 <연극in>은 새로운 편집진 구성과 웹진 플랫폼 개편을 위해 2024년 10월부터 짧은 휴간에 들어갔고, 2025년 6월 5일 웹진 홈페이지 공지에 게재된 웹진의 ‘잠정적 휴간’ 안내와 함께 사실상 폐간되었다. 필자들에게 약속된 지면과 예정된 필자 프로젝트에 대한 어떤 사전 안내나 논의 없이 서울문화재단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웹진 <연극in>의 갑작스러운 폐간은 지난 1월 송형종 대표이사의 취임과 무관하지 않다. 2024년 12월 27일, 서울연극센터 웹진 담당자는 필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웹진의 새 디자인을 진행할 업체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시스템 개선을 위한 재단 내 유관부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차근차근 진행하여 2025년 4월 재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재발행과 함께 남은 리뷰도 2025년에 게재하고, 프로젝트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2025년 1월 송형종 대표이사의 취임 이후 웹진 <연극in> 홈페이지에 올라온 ‘잠정적 휴간’을 알리는 공지에서는 “서울문화재단 경영9기의 사업 재편”으로 “기존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 재정비”가 진행되고 그 “일환으로 서울문화재단은 모든 발간 매체에 대한 재점검에 이르”게 되었다고 통보하고 있다.
이러한 서울문화재단의 결정이 매우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이었다는 것은 ‘잠정 휴간’ 공지 이후 웹진 담당자들의 혼란스러운 태도에서 드러난다. 웹진 담당자는 웹진 홈페이지에 일방적 ‘잠정 휴간’ 공지가 올라간 지 4일 만인 6월 9일에서야 필진들에게 메일로 휴간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서 잠정 휴간의 배경을 설명하고 마지막호 발행에 대한 필자들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열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필자 Y가 당시 1,200명을 넘어선 ‘웹진 <연극in> 폐간 반대 연대서명’에 대해 언급하며 간담회를 공개적으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서울연극센터는 응답을 외면했다.
6월 17일 서울연극센터의 웹진 담당자 3명, 리뷰 고정 필자 3명이 참여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웹진 담당자는 먼저 ‘이러한 상황에서 마지막 호에 글을 싣는 것은 필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필자들의 신변을 걱정하며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2026년까지 웹진의 재발행을 기다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올해 7월에 발표될 2026년 서울연극센터에 대한 예산 편성이 적다면 내년에도 웹진 <연극in>은 계속 장기적 휴간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될 경우 ‘남은 리뷰 청탁을 위한 연락을 매년 드릴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두 번째 방안은 웹진 홈페이지에 '아카이빙용'으로 리뷰를 올리는 것이었다. ‘아카이빙용’ 리뷰의 형태가 무엇인지, 또 리뷰를 교정하고 발행할 수 있는 편집진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구체적 방안도 없었다.
간담회 이후 필자들이 받은 메일에서 그 ‘아카이빙’의 방식이 홈페이지에 리뷰를 ‘비공개’로 게시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는 한 공연에 대한 리뷰 또는 비평이 독자와 창작자들에게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간과한 제안이다. 이러한 제안은 단지 필자들과 맺은 계약상 관계를 이행시켜 아무런 행정적 물의를 빚지 않으려는 것에 불과하며, 필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세 편의 리뷰에 해당하는 지면을 그저 행정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필자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며 기획하고 있던 연말 공동 프로젝트에 대해 묻자, 그것은 고려조차 하지 못했다는 듯이 프로젝트 내용이 무엇인지 되물으며 그것이 가능할지는 다시 한번 논의해보아야 한다고 답을 얼버무렸다. 그러면서도 필자들이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들어보겠다고 하며, 실상 폐간이 정해진 상황에서 담당자들은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에 필자 Y는 서울연극센터가 소통방식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제한된 선택지를 통보할 것이 아니라 공개 간담회를 마련해달라고 다시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담당자들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으며 서울연극센터 팀장은 간담회 중간에 자리를 이탈하고 회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이러한 웹진 담당자들의 태도를 보았을 때 독자에게 읽혀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공연에 대한 리뷰와 비평이라는 매체에 대한 고려와 필자들의 노동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서울문화재단에 의해 하달된 정책변화에 맞추기 위해 웹진의 성격 또는 필자들에 대한 고려 없이 상명하복식의 태도로 남은 계약을 어떻게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지 급급한 모습이었다.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예술지원 정보포털(SPAC)’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웹진 <연극in>의 ‘잠정적 휴간’ 공지에 웹진을 대체할 만한 플랫폼으로 언급된 ‘서울예술지원 정보포털(영문명 Seoul Portal for Approved and Curated, SPAC)’ 일명 ‘스파크’가 7월 18일 오픈했다. 사실 ‘스파크’ 홈페이지가 오픈되기 전 공식 영문 명칭은 ‘Seoul Portal of Artwork Certified(보증된 예술작품 서울시 포털)’로 홍보되었다. 하지만 홈페이지 활성화 후 현재 ‘스파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식품안전표시와 같은 황금색 월계관 로고로 그 영문 명칭이 ‘Seoul Portal for Approved and Curated(승인되고 선별된 작품을 위한 서울시 포털)’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둘 중 어떤 이름이 더 수치스러운지 모르겠지만 두 가지 모두 예술작품을 어떤 기준으로 ‘걸러낸다’는 뜻을 명확히 담고 있다. 웹진 <연극in>을 운영할 예산이 없다며 10년 이상 시민과 예술 현장이 함께 만든 매체를 폐간시킨 자리에, 서울시가 식품안전성을 보증하듯 도장을 찍은 예술작품만을 위한 플랫폼을 새로 연 것이다.
이에 대해 수치심과 더불어 공포감을 느낀다. 앞으로 웹진 <연극in>을 대체할 플랫폼 ‘스파크’에는 오직 서울문화재단에 의해 지원받는 예술작품만 게시될 것이 암시된다. 실제로 이 플랫폼에 게시될 공연 비평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 ‘2025년 비평활성화지원 시범사업 <RC프로젝트>’는 오직 비평의 대상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작에 한함’ 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담론을 통한 비평생태계 활성화’라는 위 사업의 목적이 무색하다는 것의 방증밖에 되지 않으며, 비평을 서울문화재단이 선정한 작품에 대한 홍보와 평가를 위한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참히 보여준다.
이에 대해 앞으로 ‘스파크’가 또 다른 검열기관이 되지 않을지 우려를 표한다. ‘스파크’는 서울문화재단에 의해 보증되고, 승인되고, 선별된 작품만을 홍보할 것이며, 그 홈페이지에 당당하게 써놓았듯이 ‘예술을 데이터화, 키워드화’ 할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에 게시될 비평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묻는다. 그리고 ‘스파크’와 ‘RC 프로젝트’ 또한 웹진 <연극in>처럼 기관장이 바뀔 때 개인의 말 한마디로 폐지되는 것이 아닐지, 그 운영주체인 서울문화재단을 더 이상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 묻는다.
이에 관해 간담회에서 ‘스파크’와 웹진 <연극in>의 ‘잠정적 휴간’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묻자, 서울연극센터에서는 위 플랫폼과 웹진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부서가 달라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이러한 대답은 오히려 예술 생태계의 담론 생성을 담당해온 플랫폼의 존폐가 단순 부서의 ‘구조 조정’에 맡겨져 있다는 반증이며, 플랫폼의 역사에 무지한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의해 한순간에 그 존폐 여부가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웹진 <연극in>을 폐간하고 ‘스파크’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공연예술 생태계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담론현장을 파괴하고 또 하나의 속이 빈 상징물을 세우는 일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서울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서 이보다 더 몰상식하고 부끄러운 결정은 없을 것이다.
하나. 서울문화재단은 공식 간담회를 열어 <연극in> 잠정휴간 사태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웹진 <연극in>을 복간하라.
<연극in>의 사실상 운영중단에 대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사과와 구체적인 경과보고를 요구한다. 운영 주체는 지금까지의 일방적 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고 공공성을 해친 책임을 자각하라. 웹진 <연극in>을 신속히 정상화하라.
둘. 서울연극센터는 일방적 통보, 미온적 대처, 약속 파기와 모욕적 언사에 대해 미게재 희곡 작가 6인과 2024 리뷰 코너 필자 3인에게 공개 사과하라.
서울연극센터는 웹진 <연극in> 잠정 휴간의 일방적 통지로 벌어진 혼란과 예술인의 노동을 존중하지 않은 무례한 태도에 대해 사과하라. 희곡 작가들의 미게재 희곡을 게재, 2024 리뷰 고정 필자들에게 약속 된 리뷰 3편과 필자 프로젝트를 보장하라.
셋. 현장-재단 간 소통체계를 전면 점검 및 개선하고, 예술현장과 공공이 함께 만든 자산에 대한 권리보장 방안을 마련하라.
웹진 <연극in>은 현장의 예술가와 기획자, 관객과 독자가 함께 만들어 온 공공의 문화자산이다. 이에 ‘계약 관계’가 아닌 ‘협약 관계’로의 제도 전환을 요구한다. 개인이나 일부 단체와 선택적으로 대화하는 ‘기만적인’ 현장소통 방식을 중지하고, 공공성의 실제 주체인 예술가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존중하고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
넷. 행정윤리를 망각한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각성하라.
예술현장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 없이, 무소통・무책임・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재단 경영진의 태도는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윤리의식 결여를 보여준다. 새로 오픈한 ‘서울예술지원 정보포털(SPAC)’ 등과 같이 개인의 정치적 수완을 쌓기 위해 예술정책을 이용하는 것을 멈추어라.
다섯. 서울시–서울문화재단의 정치적 기생 관계를 단절하라.
문화예술 기관은 행정의 하부기관이 아니다. 서울시와 재단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인사개입, 그로 인한 문화자율성 침해가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문화 현장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성과 거리두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라.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극센터는 8월 15일까지 본 공개 서한에 성실히 답하라. 예술가를 상대로 한 시간 끌기, 갈라치기와 같은 저열한 수법을 중단하라.
웹진 <연극in> 2024년 리뷰 고정 필진 성수연(요다), 심세연, 이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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