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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연극in>의 잠정 휴간 사태에 대한 미게재 희곡 작가 6인, 희곡운영단의 공동성명서

  • 2025년 7월 31일
  • 5분 분량


서울문화재단은 극작가들의 지면을 빼앗아가지 말라. 공모에 선정된 희곡을 약속된 방식으로 게재하라.


2025년 6월 5일,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은 웹진 <연극in>의 잠정 휴간을 공표했다. 지면이 갑작스럽게 사라짐에 따라 <연극in>에 게재 예정이었던 희곡 공모 당선작들은 사실상 당선 취소의 상황에 처했다. 미게재 희곡 작가 6인과 희곡운영단은 서울문화재단의 일방적 결정을 단호히 규탄한다. 


2012년 창간 이래 <연극in>은 자본과 제도를 견제하며 성장했다. 세월호, 블랙리스트, 미투운동을 통과하며 연극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고 예술가의 급진적인 실천을 주목했다. 특히 [희곡] 코너는 신진 작가들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을 발표하는 열린 지면이었다. 2014년 43호부터 2024년 262호까지 총 326편의 글이 게재되었고 289편의 신작 희곡이 발표되었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된 ‘10분 희곡 페스티벌’, 2023년의 ‘희곡제’ 등의 축제를 통해 공연되었으며 『10분 릴레이 희곡집1~5』 (1도씨) 출판으로도 이어졌다. 또한 2021년부터 시작된 희곡 공개 모집은 심사의 권위를 비틀고 실험적 희곡을 환영하는 등 기성 공모와 구분되는 공모 제도로 자리 잡았다. <연극in> [희곡] 코너는 신진 극작가들이 현장을 경험하고 협업자를 만나 작업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작가 발굴의 장이었다. 


2024년 4월, 서울연극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웹진 <연극in> 희곡 공개 모집을 시작했다. <연극in> [희곡] 코너에 작품을 게재하고 이에 대한 원고료를 지급하는 것이 선정작/선정자에 대한 서울연극센터의 공식 약속이었다. 2024년 6월, 심사를 거쳐 총 14편의 희곡이 선정되었고 2024년 9월까지 8편의 희곡이 웹진에 게재되었다. 그러던 2024년 9월, 서울연극센터는 미게재 희곡 작가 6인에게 메일을 통해 <연극in> 휴간 소식을 알렸다. 당월 발행되는 262호를 마지막으로 웹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질 것이며 웹진이 재발행되는 대로 희곡 또한 정상 게재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선정작을 공개하는 시기가 당초 약속된 바와 크게 달라졌음에도 정확한 기약도 사전 대화도 없이 이미 결정된 상황을 고지한 것이다. 미게재 작가들은 웹진 재발행 시기를 문의하였으나 서울연극센터는 A작가에게는 2024년 10월 중순, B작가에게는 2025년 봄이라 답하는 등 비일관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2024년 10월 말, C작가는 웹진 담당자가 모두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 C작가가 미게재 작가들에게 재발행 시기를 공유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서울연극센터 담당자는 “다른 작가들은 불만이 없는데 작가님만 그러신다”며 자신도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른다며 해명했다. C작가와의 통화 이후에야 2024년 11월, 서울연극센터는 미게재 작가들에게 메일을 통해 휴간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어서 “재발행과 함께 꼭 다시 게재할 예정이니 그 점은 불안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덧붙였다. 서울연극센터는 2024년 12월에도 메일을 통해 진행상황을 한 차례 더 공유했다. <연극in>에서 진행한 독자 설문조사 링크를 첨부하며 이를 토대로 개편을 진행하여 2025년 4월 재발행 계획을 밝혔으며 “재발행과 함께 작가님의 작품도 2025년에 게재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며 게재를 거듭 약속하였다. 


그러나 재발행 시기가 다가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당초 약속한 4월이 지난 2025년 5월 9일, 서울연극센터는 메일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이 경영 9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운영 방향과 체계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웹진 <연극in> 또한 여러 논의 중에 있음을 알렸다. 2025년 6월 5일, 서울연극센터는 웹진 <연극in> 잠정 휴간 공표와 동시에 미게재 희곡 작가 6인에게도 잠정 휴간 결정을 통보했다. 작가 6인은 2024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독자를 만날 시간을 1년간 기다렸다. 공모에 선정되었기에 해당 작품을 다른 곳에 먼저 게재할 수도, 공연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최측에 의해 일방적이고도 무성의한 작품 게재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천 여 명이 넘는 예술인과 시민들이 ‘웹진 <연극in> 폐간 반대 연대서명’을 이어가는 동안 작가들은 작품에 대한 상실감과 무력감, <연극in> 사태에 대한 분노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잠정 휴간 공표 이후, 미게재 희곡 작가들에 대한 서울연극센터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2025년 6월 11일과 16일, 서울연극센터는 작가들과의 간담회를 양일로 나누어 진행했다. 간담회는 간담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폐쇄적이었다. 일정상 따로 간담회를 가진 D작가는 앞선 간담회 내용을 공유해달라 요청했으나 서울연극센터는 형식적 안건만 공유하였다. 그간의 안내와 약속(“불안해 하지 말라”, “반드시 게재하겠다”)을 복기해 보았을 때 잠정 휴간 결정은 매우 근거 없고 갑작스러운 것이었으나 서울연극센터는 이에 대한 납득 가능한 사유를 내놓지 못했다. 또한 미게재 작품을 위해 작가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해줄 것이라 하였지만 정작 <연극in> 복간을 원한다는 작가들의 주장에는 예산과 감사 이야기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연극센터 팀장과 웹진 담당자는 예술가와 작품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였다. (‘웹진 <연극in> 폐간 반대 연대서명’에) “이미 서명 하셨죠?” 라며 작가들의 입장을 넌지시 물었으며 미게재 원고를 싣는 특별호를 발간할 경우, 서명 운동이 한창이기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작가들의 자율적 판단을 예단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게재 희곡을 “서울희곡상에 내세요.” 라는 서울연극센터 팀장의 발언이다. 작가에게는 지면과 제도를 비평하고 선택할 사유의 역량이 있다. 예술가는 자본과 인준 앞에서 누구보다 취약하지만 역설적으로 자본과 인준으로 움직이지 않기에 두려운 존재다. 우리가 웹진 <연극in>에 투고한 것은 <연극in>의 지향에 대한 앎과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예술가 동료들과 시민 독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희곡을 다시 서울희곡상에 내라는 무례는 무엇인가. 구조적 부조리를 개인적 수상으로 상쇄하라는 것인가. 해당 발언은 비단 한 직원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기관의 과실로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는 예술가의 면전에 이러한 발언을 하기 위해서는 무지를 뛰어넘는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예술가에 대한 뿌리 깊은 무시, 권위주의다. 팀장은 또한 6편의 희곡이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기 집필작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으며 “새로 쓰시는 거죠?”라고 되물으며 행정 공백과 업무 불성실을 드러냈다. 간담회 도중 다른 일이 있다며 회의실을 나간 뒤 한참 뒤에야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작가 6인은 선정된 희곡에 대한 정당한 고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으나 서울연극센터는 이를 거부했다. 웹진에 희곡을 게재하지 않고 고료를 지급하면 “감사에 걸린다”는 이유다. 고료를 지급하려면 웹진을 복간해야 하고 고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공모의 협약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스스로 처한 것이다. 자승자박의 상황에서 서울연극센터는 희곡을 ‘비공개’ 업로드하고 고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7월 중 결정하여 회신하라 요청했다. 1년 동안 작품의 게재를 기다린 작가들에게 단 몇 주 만에 작품의 향방을 결정하라 독촉하는 것이다. 미게재 희곡작가 6인은 서울연극센터의 프레임을 거부한다. 서울연극센터의 제안은 예술 생산과 감상의 기본적 절차를 무시하는 편법일 뿐 아니라 예술가의 창작권을 침해하는 폭력, 공모의 원칙을 기만하는 모순이다. 서울문화재단은 감사를 그렇게나 두려워하면서 시민과 예술가는 두렵지 않은가? 시민과 예술가 앞에서 졸속 행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두렵지도 부끄럽지도 않은가?


서울문화재단은 지금껏 예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정책 결정을 반복해왔다. <연극in>의 잠정 휴간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연극센터는 2025년 새 대표가 취임하고 관련 정책이 모두 결정된 뒤에야 작가 6인을 불러 의견 청취를 빙자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것이 서울문화재단이 생각하는 참여이고 경청인가? 아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수직적 권력구조에서 예술인이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는 반증이다. 서울문화재단의 대표가 새로 임명될 때마다 연속성 없는 행정에 혼란과 불이익을 떠안는 것은 예술가와 시민이다. 예술가에 대한 정책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밀실에서 결정하고 통보하는 서울문화재단의 행태는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 5조 4항 “국가기관 등은 예술인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시행하는 경우 정책 결정과정에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를 전면적으로 위반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법에 명시된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는 묻는다. 서울문화재단은 어째서 공모의 결과를 스스로 철회하는 행정적 위법을 감행하면서까지 <연극in>을 없애려 하는가? 공모 선정작인 동시에 발표 불가작인 6편의 희곡은 현 사태의 무엇을 드러내는가? 6편의 희곡이야말로 <연극in> 잠정 휴간이 위에서부터 하달된 갑작스러운 결정이며 패권적 폭거임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닌가? 권력이 개입하여 언로를 탄압하고 예술을 통제, 검열한다는 반증이 아닌가? 작가 6인 대부분은 본 공모를 통해 처음 극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는 신진 예술인이다. 일방적으로 협약을 어김으로써 신진 작가의 작품 발표 기회를 박탈하는 것, 이것이 서울문화재단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인가? 이 사태는 비단 작가 6인만의 불이익이 아니다. 연극을 아끼고 함께 생동하고자 하는 관객, 독자, 연극인, 나아가 예비 극작가들에게도 크나큰 손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를 넘어 서울문화재단의 폭거에 단호히 반대한다. 공공기관이 스스로 공공성을 저버리고 예술 생태계를 위협하는 파행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하나. 서울문화재단은 공식 간담회를 열어 <연극in> 잠정휴간 사태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웹진 <연극in>을 복간하라.


<연극in>의 사실상 운영중단에 대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사과와 구체적인 경과보고를 요구한다. 운영 주체는 지금까지의 일방적 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고 공공성을 해친 책임을 자각하라. 웹진 <연극in>을 신속히 정상화하라. 


둘. 서울연극센터는 일방적 통보, 미온적 대처, 약속 파기와 모욕적 언사에 대해 미게재 희곡 작가 6인과 2024 리뷰 코너 필자 3인에게 공개 사과하라.


서울연극센터는 웹진 <연극in> 잠정 휴간의 일방적 통지로 벌어진 혼란과 예술인의 노동을 존중하지 않은 무례한 태도에 대해 사과하라. 희곡 작가들의 미게재 희곡을 게재, 2024 리뷰 고정 필자들에게 약속 된 리뷰 3편과 필자 프로젝트를 보장하라.


셋. 현장-재단 간 소통체계를 전면 점검 및 개선하고, 예술현장과 공공이 함께 만든 자산에 대한 권리보장 방안을 마련하라.


웹진 <연극in>은 현장의 예술가와 기획자, 관객과 독자가 함께 만들어 온 공공의 문화자산이다. 이에 ‘계약 관계’가 아닌 ‘협약 관계’로의 제도 전환을 요구한다. 개인이나 일부 단체와 선택적으로 대화하는 ‘기만적인’ 현장소통 방식을 중지하고, 공공성의 실제 주체인 예술가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존중하고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 


넷. 행정윤리를 망각한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각성하라.


예술현장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 없이, 무소통・무책임・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재단 경영진의 태도는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윤리의식 결여를 보여준다. 새로 오픈한 ‘서울예술지원 정보포털(SPAC)’ 등과 같이 개인의 정치적 수완을 쌓기 위해 예술정책을 이용하는 것을 멈추어라.


다섯. 서울시–서울문화재단의 정치적 기생 관계를 단절하라.


문화예술 기관은 행정의 하부기관이 아니다. 서울시와 재단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인사개입, 그로 인한 문화자율성 침해가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문화 현장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성과 거리두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라.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극센터는 8월 15일까지 본 공개 서한에 성실히 답하라. 예술가를 상대로 한 시간 끌기, 갈라치기와 같은 저열한 수법을 중단하라.



웹진 <연극in> 미게재 희곡작가 6인 김유월, 오승은, 오지연, 임세륜, 채윤, 해서우, 

희곡운영단 김상훈, 나수민, 웹진 <연극in> 4기 편집위 김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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